Page 201 - 제일감정평가법인 5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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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었지                                           테마사 | ‘제일’이 ‘제일’했다



                                                                                         김충남  감정평가사




               #1
                 눈이 펑펑 쏟아지는 2001년 12월의 늦은 오후 기다리던 전화는 오지 않고 업무 마감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어

               둠이 슬금슬금 다가올 때까지 초조함은 멈추지 않았는데,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축하한다. 고생했어! 신문사에 전달되는 명단에서 이름 확인했다.”



               고맙다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둑해진 조명 불빛에 비친 눈발은 왜 그리도 눈물 나게 아름
               다웠는지,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꼼짝없이 맞고 그 자리에 세상이 정지한 듯 우두커니 서서 쏟아지는 눈을 하
               염없이 올려다보다가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고

               저는 떨리고 흥분된 목소리로 40개월의 감정평가사 수험생활 종지부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2

                 얼마 전 33기 합격생이라고 광주·전남에 적을 둔 젊은 친구들이 인사차 우리 회사에 방문했습니다. 그간의 수
                                                                                                              201
               험생활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 있었습니다. 축하한다는 격려와 그간의 수고에 위로의 말을 해주었고 무엇보
               다 희망적인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21년 전 같은 처지로 인사차 방문했던 모 법인의 선배 감정평가사로

               부터 전해 들은 불투명하고 비관적인 감정평가사의 전망은 지금도 암울한 기억을 떠올리며, 긍정적인 미래를
               얘기했습니다.
               “우리 감정평가업계가 분명 그 예전과 같지 않다는 부인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여타 전문직업군의 자격자에
               비해 비교 열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의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에 따른 보상은 어느 직

               업군에 못지않고 충분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근자에 감정평가업계에 진입한 후배 감정평가사들은 놀 줄 알고 일할 줄 아는 친구들입니다. 업계 발전을 위해
               그리고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시간을 아끼지 말고 즐기면서 전문직업인으로써 그 역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또한 주위를 둘러보고 나의 손길이 필요한 봉사의 길이 있다면 그곳에 애정을 갖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모두 건투를 빕니다.”



               #3
                 시험에 합격한 후 수습평가사 시절에는 땅 찾기가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당시 25,000도와 5,000도를 복사하
               고 관광지도까지 동원해서 현장을 찾아야 했고 현장을 보면서도 지적 경계가 확인이 되지 않아 두 번씩 다녀와

               야 했던 기억들, 그리고 경매평가에서 전을 인근 다른 필지로 평가를 해서 다시 수정해서 재작성했던 기억들,                                     Theme 2 | 제일이 걸어온 길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임야를 걸으면서 그 경계 끝을 찾고야 말겠다고 헤매었던 기억들, 시골에 갈 때면 제일
               먼저 이장을 만나 담배 한갑으로 인사를 하고 평가대상 물건에 대해 위치와 내력을 물었던 기억들, 또한 중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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