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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한류를 확인한 중국·러시아 기업평가
박수완 부장
제일감정평가법인 50년사
뜨겁던 2017년 여름 지주사 전환 관련해 모 그룹의 국내 자산평가를 마무리했는데, 예기치 않게 같은 해 10월
초쯤 해당 기업의 해외 자산도 평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즉시 Working Group을 꾸리고 업무에 착
수했습니다. 사업장 위치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이렇게 3개국이었기에 세 팀을 꾸려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은 사업장 수가 많고 규모도 커 두 팀이 투입되었습니다. 저는 소속 감정평가사 한 분과 베이징 공장 두 곳
과 중국과 인도 접경 지역인 베이툰의 감자 플레이크 공장 평가업무에 배정을 받았습니다.
베이징 1, 2공장은 베이징 남쪽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의 랑팡시에 있습니다. 먼저 베이징 1공장에 도착해서 현
장 조사에 착수했는데,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놀랐습니다. 특히 껌 제조 공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는데,
14억 명의 인구 대국의 면모를 새삼 느낄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따랐
지만 3일 동안의 강행군으로 현장조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베이징 공장의 현장조사를 마치자마자 우리는 베이툰 공장평가를 위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동방항공을
이용하여 신장 위그루 자치구 수도인 우루무치시로 향했습니다. 세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신장 위구르 자치
구의 관문인 우루무치 디워푸 국제공항은 생각보다 깔끔했습니다. 공항 인근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음 날의 강행
군을 위해 저녁 식사는 인근의 전통시장에 있는 현지 맛집에서 이국적인 식사와 이국적인 풍광을 즐기며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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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돌렸습니다.
다음 날 다시 짐을 꾸려 우루무치 디워푸 국제공항에서 한 시간 거리인 아러타이 지구의 알타이 국제공항을 향
했습니다. 착륙 전에 창밖으로 만난 알타이산맥의 만년설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감정에 취할 사이
도 없이 우리는 알타이 공항에서 차량으로 두 시간 정도 이동하여 베이툰시에 도착해 공장에 당도했습니다. 참
멀다는 생각과 함께 이국의 변방에도 국내 기업이 둥지를 틀고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한국인으로서
정말 마음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베이툰 프레이크 공장은 생감자를 원료로 분말 형태로 가공하는 공장이었는데, 인근 농장 및 내몽골농장에서
수확한 감자가 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첫날은 공장을 견학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거래사례
포착을 위해 인근의 공장지대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검문 검색이 이뤄졌고, 변방까
지 와서 돌아다니는 우리 일행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곧바로 지역 경찰서로 우리를 호송했습니다. 예기치 않
은 상황이 당혹스러웠지만, 다행히 경찰서에서 신원조회를 무사히 마치고 다시 풀려나 현장 조사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으로만 듣고 보던 신장 위그루 자치지역의 억압된 현실이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막상 그 일을 겪고 보니
곳곳에 세워진 장갑차와 군인들의 검문검색 등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그 일 이후에는 별 탈 없이 베이툰 공장 실사를 마쳤고, 다시 베이징 공항을 경유 무사히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귀국 후 일주일 정도 자료정리를 하자마자 이번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공장 현장 조사를 위해 우리는 다시 출국
했습니다. 11월 초 밤에 도착한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은 눈보라가 세차게 휘날리는 스산한 날씨였
는데,여기가 우리나라에서 먼 북쪽 나라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50 Years History of 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