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제일감정평가법인 5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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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무심하게 대응하는 회장님
의 모습은 당시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녁에 개성공단 내 유일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테마사 | ‘제일’이 ‘제일’했다
로만손시계공장 법인장님과 함께한 캔맥주 파티는
잊을 수가 없는 추억입니다.
아마도 국내 평가법인의 감정평가사 중 회장님께서
“개성공단 방문 1호 감정평가사”이지 않을까요.
본사 심사본부장 당시
회장님을 모시고 전국 공장을 돌아다닌 덕분에 저는
이후 공장과 기계기구평가를 전담하게 되었는데, 처
음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로 시작했을 때는 회장님께
혼도 많이 나고 명세표 작성이 서툴러서 밤늦게 독수
리 타법으로 영어 단어를 한 자 한 자 기입하고는 했습
니다. 당시 심사본부장이었던 회장님 책상에는 낡은
에센스영한사전이 놓여 있었는데 기계제원 오타는
귀신같이 찾아내셔서 저를 불러 특유의 경상도 억양
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당신은 더 배워야겠네”라며 틀린 부분을 조목조목 정리해 주시곤 했습니다. 술자리에
서 “회사가 살아야 직원이 산다”라며 회사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여주셨던 회장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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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을 떠나보내며
법인 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0년 10월 6일, 이경용 회장님은 만 79세의 나이로 별세하셨습니다. 회장님은 우
리 제일의 최고 어른이자 모든 직원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을 주셨던 분입니다.
오랜 테니스로 단련된 건강을 유지하며, 평생 한결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사무실을 한 바퀴 순례하며 직원들의
안부를 묻고, 인사도 챙겨주셨습니다. 막걸리를 참 좋아하셨고, 언제나 유쾌한 웃음을 웃어주셨던 회장님.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것 같던 회장님께서는 회사에 누를 끼칠까봐 수술하는 것도 알리지 않으시고 병환과 싸
우다 오래지 않아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아직도 느린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순례하던 모습이 선합니다. 제일이 50주년을 맞이한다며 그 누구보다도 기
뻐하며 행복해 하셨을 텐데, 이 순간을 회장님과 함께 하지 못함이 참으로 아쉽고 그립습니다. Theme 2 | 제일이 걸어온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