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9 - 제일감정평가법인 5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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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 테마사 | ‘제일’이 ‘제일’했다
이승준 감정평가사
#1
“간호사, 제세동기 준비해. 빨리! 그리고 보호자분 이분 흡연하나요?”
한서병원 응급실에 쓰러진 선배와 함께 도착한 내게 의사가 물은 첫 질문입니다.
선배와 나는 ‘대연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감정평가업무를 수주하기 위해 조합 총회 경쟁입찰에 참여했습
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선배가 프리젠테이션을 맡았고, 나는 총회장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는
데, 불과 5분이 지났을 무렵. ‘제일’을 부르는 다급한 소리에 4층까지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숨 돌릴 사이
도 없이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조금 전까지 수주를 자신하던 결연한 선배는 차가운 바닥에 미동
도 없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정신을 수습할 사이도 없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실신한 선배를 업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도착한 119구
급차에 선배를 실었습니다. 구급차 안에서 회사와 집에 사실을 알리고, 병원 응급실에서 도착해 응급처치를 지
켜보며 부디 다시 눈을 떠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선배는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마흔세 살의 젊은 가장이자, 감정평가사 4기 강승호 선배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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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이었습니다.
#2
“괜찮아, 네 두상 정말 예뻐.”
투병 중에 병세가 호전되어 돌아왔지만,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두건을 쓴 머리를 부끄러워하던 경숙에게 건넨
인사입니다. 자칫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지만 밝게 웃어주던 마음씨 고운 이 친구는 얼마 후 다시 병이 악화해
병원에 입원했고, 결국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에 평가업계에 취업한 후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회사에서도 야무진 일 처리로 신망이 높았기에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진 관리자가 된 것
은 너무도 당연했습니다. 그러니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 리 없었고, 하루빨리 병을 훌훌 털고 돌아오기를 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아끼는 그는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서른일곱 살 아내이자 엄마였던 강경숙 과장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2015년 3월이었습니다.
짧았던 두 사람의 생애의 마지막 흔적은 ‘제일감정평가법인 부산지사’라는 시간과 공간이었습니다. 제일감정 Theme 2 | 제일이 걸어온 길
평가법인의 50년은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의 조직 외형과, 의기투합하여 서로 기대고 북돋우는 사람들의 애
환과 함께 시간의 명멸(明滅)에 따라 의미를 잃거나 잊힌 이들의 삶과 사건들도 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