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3 - 제일감정평가법인 5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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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 내리던 날의 연탄 배달                                       테마사 | ‘제일’이 ‘제일’했다



                                                                                         권귀현 감정평가사




               “주말에는 알람 좀 맞추지 말라니까.”



               2018년 11월 24일 토요일 아침. 핸드폰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자 아내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습니다.
               알람을 서둘러 끄고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 잠시 눈을 감고 ‘주말인데 왜 알람을 맞췄지?’ 생각하며 꾸벅거리다
               순간 벌떡 일어났습니다. 알람 설정의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날은 회사에서 연탄봉사가는 날이었습
               니다. 재빨리 씻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아직은 말이 서툰 아들이 ‘눈’하고 외칩니다.

               그제야 창밖을 확인하니 어마어마한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망했습니다. 대중교통은 난망입니다. 차에는 연
               탄봉사에 사용할 목장갑과 생수가 가득 실려 있어, 차를 버려두고 갈 수도 없었습니다. 하필 봉사 날 첫눈이라
               니, 그것도 폭설이라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예상대로 집결지인 상계3·4동 주민센터로 가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는 주차장이었습니다. 입사 1년차 신입
               이 회사 행사에 지각이라니. 차가 너무 막혀서 늦을 것 같다는 전화를 하고 한참을 달려 도착하니 다행히 행사
               를 시작 하기 전이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합류를 하고 할당량을 배정받았습니다. 제일

               에 배정된 양은 아홉 가구 1,800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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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막을 조금 올라가니 골목 곳곳에 어마어마한 양의 연탄이 검은 자태를 드러냅니다. 골목길을 따라 배달을
               해야 하는 집까지 사람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한 장씩 한 장씩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나르기 시작합니다. 능숙

               하진 않지만, 꾀를 피우지 않고 열심히 나르니 손발을 맞춘 것도 아닌데 페이스가 좋습니다. 기어코 행사 진행
               요원이 한마디 합니다.


               “제일감정평가법인은 왜 이렇게 전투적으로 하세요.

               평소 회사 분위기를 알 수 있겠어요.”

               극렬하게 공감하지만, 자칫 지각할 뻔한 신입은 그 농담에 웃을 수 없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며 허리를 펴니 눈

               덮인 불암산의 설경이 아주 멋집니다. 그래도 한눈을 파는 것은 잠시입니다. 봉사활동 역시 평소 일하는 스타
               일대로 같이 시작한 다른 팀보다 월등한 속도로 마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합니다. 역시 우리가 좀 빡세
               다고.

               봉사활동 후에는 가벼운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땀 흘리고 먹는 재미는 확실히 남다릅니다. 메뉴는 만두전
               골. 제법 근육을 혹사한 후라 따끈한 국물에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총무이사님이 따라주신 막걸리가
               정신줄을 살짝 흔들어 놓습니다. 알딸딸하니 세상 행복합니다. 봉사라는 일이 가슴을 훈훈하게 하기 때문일 것

               입니다.                                                                                            Theme 2 | 제일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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