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4 - 제일감정평가법인 5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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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감정평가법인 50년사
                                                                                            박정우 감정평가사



                  “언제쯤 첫 사인을 할 수 있을까?”



                  수습의 끝은 걱정의 시작입니다. 언제쯤 수주가 될까, 하는 생각만 하게 됩니다. 금융권이나 증권가 쪽 인맥이
                  없어 더욱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에 평가 담당 건을 처리하며
                  출장지 근처에 있는 은행에 도넛과 명함을 들고 무작정 방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박정우 평가사님 핸드폰 맞나요?”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담보 건에 대한 탁상감정 요청이었습니다. 금액을 통보한 후

                  며칠 뒤, ‘접수완료’라는 입사 이후 첫 수주 문자를 받았습니다. 당시의 기분은 얼떨떨함 반, 설렘 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 수주를 실패로 끊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현장조사 및 자료조사를 정말 꼼꼼히 했습니다. 심사부
                  에 직접 찾아가 대상물건에 대한 가격산정 근거를 열심히 설명하였고, 차분히 제 이야기를 들으시던 심사이사

                  님께서는 최종 심사 결재를 해주시며 가볍게 등을 두드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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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거래야? 축하한다.”



                  심사 통과 후 심사부 문밖을 나섰을 때는 장거리 마라톤을 끝내고 결승점의 라인을 통과한 듯 한 성취감과 안
                  도감이 들었습니다.
                  최근 금리 인상, 원자재가격의 상승 등의 사유로 개발사업이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등 수주가 다소 어려워진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제가 나아가고 있는 이 과정들은 하나의 거대한 산을 오르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
                  다. 좋고 편안한 길은 잠시 쉬어가는 하산길, 힘들고 고달픈 길은 목적지로 도달하기 위한 등산길과 같습니다.
                  2023년 초, 제일산악회에서 설악산 등정을 갔을 때가 떠오릅니다. 등산 초보자가 상급자 코스를 오르면서 수

                  십 번 포기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사님들께서 격려의 말과 간식이라는 당근을 주시며 저를 일으
                  켜 세웠습니다. 구명진 이사님의 가벼운 농담, 조계의 이사님의 샤인머스캣, 양강호 이사님의 막걸리, 김명철
                  이사님의 초코바, 김영식 이사님의 생수 한 병은 제겐 너무 고마운 구원의 손길이었습니다. 속도가 가장 느려

                  서 못 쫓아갈까봐 이사님들 한분 한분이 돌아가시며 뒤로 오셔서 저를 챙겨주셨고, 하산길에는 조계의 이사님
                  과 김영식 이사님께서 후위에 남아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제일감정평가법인이 어느덧 50년이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법인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래 회사가 유지될 수

                  있었던 데에는 넉넉하고 배려심 넘치는 선배님들의 너른 품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10년 뒤쯤에는 제가 그
                  런 선배가 되겠습니다. 그렇게 우리 제일감정평가법인이 100년을 가는 기업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50 Years History of 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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