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제일감정평가법인 5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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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년      12 월      27 일     월 요일                               오늘의 날씨
                      감린이의 하루                                                                                  테마사 | ‘제일’이 ‘제일’했다
                  제목                                     이유리 감정평가사







               오전 6시 30분, 오늘도 힘겹게 눈을 뜨며 나의 하루를 상상해 본다. ‘오전에 출장 갔다가 동기들이랑 맛있게 점심을 먹
               고 평가서 작성해서 올려야지. 그리고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으면 완벽하겠다!’ 꽤 그럴싸한 사회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흥겹게 집을 나선다.
               두근두근… 아직 운전은 나에게 도전이다. 오늘 첫 스타트는 김포공장 출장! 잘 갈 수 있겠지? 라는 걱정은 잠시, 어느

               덧 도착해서 과감하게 후방주차를 하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취해본다.
               나, 제법 멋있는 것 같은데? 어쩌면 이미 베스트 드라이버인 것인가?

               그런데 현장을 보자마자 아득해졌다. 누가 감정평가사의 삶은 종물 및 부합물, 제시 외 건물의 연속이랬던가. 공장
               사장님이 자꾸 땅을 꽉꽉 채워서 몰래 이용 중이라고, 이것들이 진짜 비싼 거라고 자랑하신다. ‘아, 사장님 그건

               0원에, 평가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광파기를 꺼낸다. 전산지원팀에게 미리 사죄의 말씀
               을 드린다.

               ‘도면 빡쎈데?’
               돌아가는 길, 꽉 막힌 올림픽대로, 벌써 일정이 꼬였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 인생이 계획대로 되면 재미없지!

               하하, 괜찮아! 점심시간을 줄인다면 시간 내에 다 끝낼 수 있을 거야! 동기들에게 조용히 참치김밥을 부탁하며 사                                 217
               무실에 앉는다. 어느덧 참치김밥 마니아가 되어버린 나였다.

               휴, 어찌저찌 평가서 작성을 마치고 검토를 올린다. 급하게 작성했지만, 오탈자도 없어 보이고 나름 만족스럽다!
               하지만 얼마 뒤 검토를 끝낸 부장님의 호출에 보이는 건 감정서에 붙은 무수히 많은 띠지들. 부장님께서 날리신 ‘평가

               사님 때문에 띠지를 너무 많이 써서 500원 받아야겠는데요?’ 라는 뼈 있는 농담에 멋쩍게 웃었지만 오늘도 눈물을
               흘린다.

               오류를 급하게 수정하고, 겨우 올린 심사! 오류도 잘 고쳤으니 이젠 완벽해! 하지만 오늘도 역시 심사부에서는 호출이다.
               언제나 그렇듯 심사 이사님께서는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신다. 오늘도 감린이는 든든한 이사님께 배우며 성

               장합니다….
               심사가 끝난 후 처음으로 한숨을 돌리며 후련한 마음으로 저녁 약속을 상상해본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

               까? 그런데 그때, 업무 부장님께서 급하게 오신다. 역시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내일 출장 가실 수 있나
               요? 내일 발송 건이래요.’ 하하. 역시 하루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던가. 조용히 친구들과의 약속을 펑크내고 야근

               을 신청한다. 잔뜩 우울해져 있는데 동기들 목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동기 모두가 야근을 준비하고 있어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오늘도 감린이의 하루는 저물어간다. 나도 언젠가는 멋진 감정평가사가 될 수 있겠지? 열심히 하자!
               아자아자, 화이팅!                                                                                      Theme 2 | 제일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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