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수산가족 2025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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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SAN [ ] 100년 아이템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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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유럽 맥주의 대표 ‘하이네켄’이 걸어온 길
하이네켄은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맥주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하이네켄이 처음부터 ‘완성형’ 맥주였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3대에 걸친 혁신이 있었다. 맛은 물론 비주얼과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하이네켄의 역사를 소개한다.
1대, 맥주 맛을 완성하다 #하면발효 #A-이스트
하이네켄은 창립자인 제라드 하이네켄이 1868년에 오래된 양조장을 인수
하며 시작됐다. 그는 기존에 널리 쓰이던 상면발효 방식 대신 독일의 하면
발효 방식을 도입하여 부드러운 맥주를 양조하고 이를 ‘하이네켄스’라는 이
름으로 출시했다.
하면발효 맥주의 숙성을 위해서는 9~12도의 저온 유지가 필수적인데, 1870
년대 초반에는 제대로 된 냉각시설이 없어 겨울에만 맥주를 양조할 수 있었
다. 그러던 중 1976년, 독일의 공학자 카를 폰 린데가 암모니아 압축을 활용
한 냉각기를 발명했고, 제라드 하이네켄은 1881년에 네덜란드 최초로 냉각
시설을 도입했다. 그러나 냉각시설 외에 또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바로 효모. 맥주가 외부 온도 변화에 노출되면
미세 효모가 발효되면서 맥주 고유의 맛을 해치는데, 이에 미생물학자 에밀 한센은 많은 연구 끝에 하면발효 맥주에 사
용되는 효모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다. 이 일로 효모의 가능성에 주목한 제라드 하이네켄은 파스퇴르의 제자였던 하트
톡 엘리언 박사를 영입하고 1986년, 하이네켄의 고유 효모인 ‘A-이스트’ 배양에 성공한다. 하이네켄 특유의 풍부한 거
품과 청량하고 쌉싸름한 맛은 이때 완성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2대, 시장을 개척하다 #녹색병 #금주령해제
1914년, 제라드 하이네켄에 이어 경영을 물려받은 헨리 하이네켄은 당시 개발
된 보틀링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다. 병맥주는 운반이 편한 데다가 효모 활동
을 억제해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헨리 하이네
켄은 1929년부터 보틀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맥주 시장 최초로 수출용 맥주병
을 갈색에서 녹색으로 변경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갈색 유리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다른 맥주 브랜드보다 눈에 잘 띄도록 하기에도 좋았다. 이는 아직까
지도 하이네켄의 상징 중 하나로, 프리미엄 유럽 맥주라는 인식을 더 확고히
심어 주었다.
그의 선구안 역시 하이네켄을 대표 수입 맥주로 자리잡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헨리 하이네켄은 미국의 금주령이 풀
리면 프리미엄 유럽 맥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측했고, 그의 예상대로 금주령 해제 후 맥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금주령이 해제된 바로 다음 날 뉴욕 선착장에 하이네켄 맥주가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
한 것. 그렇게 하이네켄은 금주령 폐지 이후, 미국에 가장 먼저 배달된 ‘최초의 맥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