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수산가족 2025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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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문종필 만화평론가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 마음을 먹는 과정에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새
              로운 다짐을 하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낯선 무언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모두 쉽지
              않다.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용기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사
              소하다. 그러니 새해에는 외부에서 희망을 찾기 보다는 가까운 장소나 내밀한 자신을 응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처방 둘


                                 믿을 수 없는 영화관
                                 황벼리 작가

                                 이 작품은 꿈을 찾아가는 세 명의 젊은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다. 하지만 이 꿈은 쉽게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행에 옮기는 것은 꿈꾸는 것과 별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
                                 리는 불가능하더라도 계속해서 꿈을 꾼다. 꿈마저 꾸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이다. 이 작품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꿈을 찾아 한 발자국씩 천천히 걸어 나간다.


                                 ‘이이소’는 보일러 상담사로 일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꿈꾼다. 사실 이 일은 그녀가 잘하
                                 는 일이지, 원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보일러 ‘상담사’로서 누군가의 고민을 잘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용기를 내 ‘이이소의 상담소’를 운영하게 된다. 전문적인 지
                                 식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그들의 진정한
                                 ‘상담사’가 된다. 이 용기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고무섭’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에게는 꿈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바로 자신만의 카페를 차리는 것. 누군가는 그의 생각을 정말 소소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고무섭에게는 이런 생각 자체가 소중하다. 그래서 그는 제주도에 있는 작은
                                 카페를 홀로 운영해 보기로 다짐한다. 이 행위 역시 쉬운 것이 아니다.
                                 ‘곽풀잎’은 극장에서 일한다. 그녀는 스위치로 영화를 틀어 주고 먹을 것을 판다. 그녀에게
                                 는 엉뚱한 꿈이 있다. 그것은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잠시 다른 세상에 닿
                                 을 수 있는 것처럼, 막연한 꿈을 위해 그녀는 용기를 낸다. 이 꿈은 이이소나 고무섭이 품은
                                 꿈과는 이질적이고 낭만적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말 그대로 ‘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곽풀잎은 허무맹랑한 자신의 꿈을 위해 돌진한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해보는 것’이다. 누가 뭐
                                 라고 해도 가보는 것이다. 비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용기 내 보는 것이다. 언젠가 보았던
                                 영상에서, 할머니가 손자에게 해 준 말이 있다. “문이 닫히면 곧 다시 환하게 열린다”는 것.
                                 우리는 어쩌면 용기를 내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빛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모른다. 우리도
                                 새해에는 일단 해 보면 어떨까. 이 용기가 새로운 시작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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