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수산가족 2024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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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종필 만화평론가                                                                                   41
























                                                                          마음처방
                                                                             둘

                                                                김소희 만화가의 『자리』



                                                    “동경하던 출판사의 편집자는 내 그림을 보고 뭐 하는 사람이냐고 했지만
                                                      지나가던 행인은 나보고 화가라고 했다. 글쎄 나는 뭐 하는 사람일까?
                                                                     집을 나온 지 삼 년째…”
                                              살아가다 보면 중요한 것을 잊는다. 이 글을 쓰는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 싶어도
                                              지면이 없어 쓰지 못했을 때는 지면을 간절히 원하고 바랐지만, 막상 글을 쓰며 돈을 벌고 강
                                              의도 하게 되면서 이런 일이 익숙해지니 덜 신경 쓰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익숙해진다는 것
                                              을 체감한다는 것은 간절하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니 지금 이 순간 글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않
                                              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
                                              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배고프고 굶주리면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서 그 과정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회사 생
                                              활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자신이 취업하기 위해 대학교 시절, 또는 고등학교 시절 영어 공부
                                              하며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애썼던 간절한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오면
                                              그 시절은 잊어버리고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기 일쑤다. 물론, 너무나도 안 맞을 경우에는 과감
                                              히 용기를 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지난 시절 애썼던 자신을 생각하면 한 번 정도는 마음
                                              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작품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독하게 애썼던 시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주인
                                              공은 자신의 꿈을 위해 집에서 나와 보금자리를 찾는다. 책의 제목이 ‘자리’인 이유는 그런 이
                                              유다. 이들에겐 온전한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자리’를 얻기 위해 얼마큼 애썼는지, 이
                                              작품을 읽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돈이 없어 단칸방 지하에 살았던 일부터, 방안에 화장실이
                                              있는 거주지까지, 상상하기 힘든 ‘자리’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최악의 ‘자리’를 이 작품은 선보인다. 다행히 이 텍스트의 실제 주인공은
                                              “지금은 다행히 전셋집에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조금은 더 나
                                              은 곳에서 ‘자리’를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자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각해 보
                                              면 어떨까. 신입사원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자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긍정
                                              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방식이든지 조금은 더 용기 내고 당당하게 이 순간을 응시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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