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수산가족 2024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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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SAN [          ]                          마음처방전                                            40





          낯설지만 괜찮아!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만화


          처음은 낯설다. 어디를 가든 부끄럽다. 학창 시절 전학을 가거나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그랬다.
          군대 생활도 새롭게 입사한 회사도 마찬가지다. 낯선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내비치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때론 용기 내 보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오해가 오해를 낳으니 다가가기가 더 쉽지 않다. 속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우리에겐 그럴 여유도 없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회사에 입사했을 때, 혹은 신입사원이라면 어떻게 낯선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다가가야 할까.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다음의 두 만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마음처방
                                                                      하나


                                                 작가 HUN, 그림작가 지민의 『나빌레라』


                                          “딱 한 달만 더 신중히 생각해 보시고 그래도 꼭 해야겠다 싶으시면 그때 다시 오세요.”
                                         이 작품은 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숨긴 채 살아가야만 했던 어느 한 노인(덕출)에 대한 이
                                         야기다. 이 노인은 자식들을 모두 잘 키우고 뒤늦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
                                         다. 그렇다면 어떤 새로운 일인가. 그것은 바로 발레다. 나이가 많은 노인이 어떻게 발레를 할
                                         수 있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수긍하기 어렵다. 부상 위험이 있을 수 있고, 주변의 시선
                                         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혹시나 크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노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주인공 덕출은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레를 배우기 위해 교습
                                         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꿈이었던 발레를 온몸으로 이해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간 교습소의 원장은 “딱 한 달만 더 신중히 생각해 보시고 그래도 꼭 해야겠다 싶으시면
                                         그때 다시 오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덕출이 어떤 사람인가, 자식들을 건강하고 늠름하게
                                         키운 우리의 ‘아버지’이지 않은가. 덕출은 포기하지 않고 다음 날 바로 교습소로 향한다.
                                         며칠 전 덕출은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러니까, 오래지 않아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
                                         는 말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덕출은 꿈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이 순
                                         간 자신이 하고 싶은 발레를 포기한다면 두 번 다시 발레를 쳐다보지도, 꿈꾸지도 못하니 말
                                         이다. 그래서 덕출은 고민하는 동안 발레교습소에 종종 방문해도 괜찮다는 원장의 말에 다음
                                         날부터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때부터 나이가 많다는 주변 시선에 굴하지 않고 나이 어린 친
                                         구들과 잘 어울리며 지내기도 하고, 그곳의 기타 잡일을 모두 해가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
                                         이 진심이라는 것을 전달한다. 그러니 꿈을 꾸는 청년들이나 원장도 덕출을 막을 수 없다. 어
                                         떤 방식이든지 응원해 줄 수밖에 없다. 절실한 꿈이자 소망은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으
                                         니 그렇다. 덕출은 이제 당당히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끝은 다소 아픈 서사를 담
                                         고 있지만, 꿈을 향해 찾아가는 한 인물의 열정을 탄탄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값지지 않을 수
                                         없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처음은 어색하고 어려워도 ‘덕출’ 할아버지처럼 적극적
                                         으로 용기 내 다가가다 보면 자신을 온전히 쳐다봐 주지 않을까. 어떤 방식이든지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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