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수산가족 2024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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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OSAN [  culture  ]                         마음처방전




          반복되는 일상을 상상력으로 해결하기


          매너리즘 극복에 도움이 되는 만화


          처음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든 새롭게 보이고 새롭게 느껴지는 일상이었을 것이다.
          사랑도 그러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대학 첫 학기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새로움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만질 수 없게 된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처음에는 무슨 일이든지 열정적으로 참여하게 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 반복되는 일상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그럴 때는 무기력하게 앉아 있기보
          다는 ‘상상력’이 넘치는 만화를 읽어보면 어떨까. 지친 일상을 단번에 회전시켜 주지 않을까.




                                                                     마음처방
                                                                      하나


                                                         꼬마비 만화가의 『S라인』


                                                                  “5개 아니었나?”
                                         이 작품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에 자신과 섹스한 사람이 머리 위에 돋아
                                         난 붉은 실로 연결된다는 설정이 그것이다. 단순히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알아차
                                         릴 수 있도록 표시된다. 이러한 시스템에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이 만화의 세계관에서는
                                         인류의 모든 사람이 이런 시스템에 적응해 나가야만 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꼬마비의 텍스트
                                         를 읽어보지 않아도 독특한 세계관으로 인해 펼쳐지는 다양한 경험을 즐겁게 상상할 수 있다.
                                         이런 상상의 배경에는 ‘성’은 금기라는 시대의 검열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니까 일
                                         부일처제가 상식이자 의무인 세계에서 성관계를 맺은 사람과 붉은 실로 연결된다는 설정 자
                                         체가 참신한 것이다. 만화가 꼬마비는 이런 순간에 관심을 가진다.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펼쳐
                                         지는 낯선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가령, 당신밖에 없다던 사람의 머리 위
                                         에 붉은 실이 열 개 이상 보인다면 어떨까. 이 만화에서 붉은 실은 거짓말하지 않으니, 그는 그
                                         녀가 자신과 결혼하기 전에 열 사람과 성관계를 맺었던 것을 확인하는 순간 당혹감을 숨기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순간은 타인에게만 펼쳐지지 않는다. 자신의 머리 위로 돋아난 붉은 실
                                         도 만만치 않으니 그렇다. 그래서 어느 부부는 서로 실망하거나 갈라지기도 한다.
                                         『S라인』에서 어떤 고령의 할아버지는 머리 위에 돋아난 붉은 실이 하나밖에 없기도 하다. 사
                                         람들은 이 할아버지를 보며 순수하고 순진하다고 평가한다. 이 작품의 세계관에서 머리 위에
                                         돋아난 붉은 실이 없거나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는 의미와 동
                                         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화가 꼬마비는 이 순간도 비틀어 버린다. 자신과 성관계를 한 사
                                         람이 죽게 될 경우, 붉은 실이 사라진다는 설정을 통해 할아버지가 품은 붉은 실의 비밀을 폭
                                         로하니 그렇다. 이 지면에서는 두 경우만을 소개하고 있지만,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와 사연이
                                         상상력과 맞물려 펼쳐지니 지루하고 따분할 수도 있는 회사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꼬마비의 상상력에 대해 누군가는 다소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오히려 이런
                                         모험적인 상상력이 타인을 잘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익살스럽고 웃기고 통쾌한
                                         방향 속에 우리들의 진실한 표정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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