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아름다운 에너지 이야기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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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EnErgy  Magazine  05










                                            또다시 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는 ‘새해 계획’을 세운다. 계획은 언제나 담
                                            대하고, 무리하기까지 하다. 매일 운동하기, 다이어트, OOkg 감량, 금주, 영어 완전 정복,
                                            얼마 모으기, OO 자격증 1급 따기. 원대한 계획을 세우는 건 좋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무
                                            리한 계획을 세웠다가 자포자기하거나, 스스로를 비난한다. 다이어트를 하다가 배고픔
                                            과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한밤중에 치킨이라도 시켜 먹으면 바로 다이어트를 포기해
                                            버린다. ‘아! 이제 망했구나!’하며 스스로의 의지박약을 탓한다. 다음날 평소보다 운동량
                                            을 늘리거나 음식을 조절하면 되는데, 스스로를 비난하기에 바쁘다. 혼잣말로 이렇게 푸
                                            념하면서. ‘내가 하는 일이 다 이렇지 뭐.’
                                            우리는 남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다정하고 좋은 사람.
                                            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 나는 다정한 사람인가? 나는 딸만 셋 있는 집의 첫째로 자랐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와 같은 포스터를 보면서 말이다.
                                            열 아들 안 부러운 딸이 되려면 뭐든 열심히 해야 될 것 같았다. 공부도, 운동도, 뭐든지.
                                            어렸을 때 허약한 편이었고, 운동도 잘 못 했는데, 체육 시간에 매달리기를 하면 철봉에
                                            이를 악물고 매달려 있었다. 그거라도 잘하고 싶었다. 힘들어도 버티기만 하면 되니까.
                                            뭐든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뭔가 일이 잘 되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괴롭히고 비난하는
                                            좋지 못한 습관이 같이 생겼다. 주위 사람들의 인정을, 칭찬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나 자
                                            신은 스스로를 괴롭혔다. ‘이것밖에 못 해? 고작 이거야? 네가 하는 일이 다 이렇지 뭐.’


                                            내가 쓴 글들 중 SNS를 통해 유독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 있다. 내가 봐도 볼 때 마다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끔 내가 물어보기 전에 누가 먼저 말해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넌 참 잘
                                            하고 있다고, 지금처럼만 계속하라고.”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에서, 화장실 벽에 걸린 문구에서 이 문장이 계속 인용되는 걸 보
                                            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도 다 나와 비슷하구나, 다른 이들도 잘하고 있다는 말
                                            을 듣고 싶어 하는구나, 인정받고 응원받고 싶어 하는구나.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듣고 싶은 말을 왜 정작 나 자신에게는 못하지? 왜 좀 더 나 자신에게 친절하지 못
                                            하지? 스스로도 응원하지 못하면서 왜 다른 사람의 응원을 기다리지?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스스로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기로. 조금 더 다정해지기로.
                                            기분 좋은 말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기로. 내 자신이 내 편이 되기로.
                                            그래서 2017년 12월 31일, 1년의 마지막 날에 나는 내 자신에게 좋아하는 향수를 선물했
                                            다. 1년 동안 수고가 많았다고, 잘했다고, 기특하다고, 새해에도 지금처럼만 계속하자고
                                            격려하면서. 매일 아침 그 향수를 뿌릴 때 마다 나는 스스로를 응원한다. 우리 새해에는
                                            조금 더 스스로에게 친절하고 다정해지는 연습을 해보자.




                                            글을 쓴 성수선 작가는 독특한 이력의 에세이스트로 해외 영업을 하는 현직 회사원이다. 저서로는
                                            <밑줄 긋는 여자>,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나의 일상에 너의 일상을 더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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