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수산가족 2024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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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OSAN [  culture  ]                         마음처방전




                                  즐겁게 일하고 싶은 당신을 위하여


                                             지친 마음에 변화를 주는 만화


                눈이 내린다. 붕어빵의 계절이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두 개에 천 원은 기본이고 붕어빵 하나에 천 원인 곳도 많다.
                       퇴근 후, 회사 앞 붕어빵 가게에서 호호 불며 하루를 털어 보내던 시절은 이제 사라질 것만 같다.
                  그렇다면 붕어빵 대신 따뜻한 신작 만화를 읽어보면 어떨까. 붕어빵처럼 따뜻한 단맛을 선사해 줄 수 있을까.






                                                                        마음처방
                                                                         하나
                                                             캉탱 쥐티옹의 만화가의

                                                       『꽃은 거기에 놓아두시면 돼요』

                                             “부인의 ‘공상’이야말로 그분에겐 현실입니다. 제 생각에는 사실 공상이 어디서 기인한 건지 알아
                                             내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신년호에 소개할 첫 번째 만화는 캉탱 쥐티옹의 신작 『꽃은 거기에 놓아두시면 돼요』(바
                                             람북스, 2023)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에스텔은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로 죽음을 앞둔 어르신을 돌본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요양원이
                                             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요양원이라는 장소가 죽음을 기다리는 장소
                                             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요양원이라는 공간은 노인의 처지에서 마냥 좋을 수 없다. 요양원
                                             에 보내는 가족으로서는 부모님을 위탁한다는 점에서 안심이 되는 장소이겠지만, 노인으
                                             로서는 이런 배려가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존감은 끝까지 내려가고 죽음을 바
                                             라보는 것에 익숙해지니 애잔한 것만 쫓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존재를 돌봐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어떨까?
                                             에스텔은 이 공간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노인들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인물이다. 환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어느 한 노인의 처지를 가족들처럼 외면
                                             하지 않고, 공감하려고 애쓴다. 오히려 그런 환상에 발맞추면서 노인의 편에 선다. 가령,
                                             치매 걸린 토마 부인은 프라하 주재 프랑스 대사인 것처럼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녀의 가
                                             족들과 의사는 토마 부인의 이런 환상을 부정한다. 하지만 에스텔은 토마 부인의 공상이
                                             야말로 현실이라고 옹호한다. 이 말은 거짓된 환상일지라도, 당사자가 그렇게 믿고 있다
                                             면, 토마 부인의 편에서 한 번 정도는 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는 에스델이라는 한 여성 간호사의 관점에서 알 수 있듯이, 회사 생활도 동일하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직장 상사나 부하 직원이 실수하게 되었을 때, 무작정 지적하
                                             거나 원망하지 말고, 우선 그(그녀)의 말에 공감한 이후, 다시 천천히 이야기해 보는 방
                                             법을 말이다.
                                             이 대화법은 상대를 존중하는 방식이니, 무엇인가 조금은 더 친절히 대화가 진행될 수도
                                             있겠다. 그러면 그(그녀)와 당신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겠다. 이 만화에서 에스텔은 유
                                             일하게 토마 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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