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수산가족 2023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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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Summer                                                                                   67





               시켰고 에너지 가격의 하락을 부추겼다. 2020년 4월 일시적으로 유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도 2026년 이후 대형 상장기업을 대상으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 세계는 점점 더 화석연료에 대한 비중            로 ESG를 의무화하려는 계획이 나와 있다. 많은 기업들이 ESG를 진지하
               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였고 이에 따라 새로운 유전이나 광산의 발굴에            게 기업 경영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기업의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다양한
               대한 투자는 물론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의 조기 정지나 개보            펀드들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ESG를 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수를 위한 투자 역시 보류되거나 중단되었다. 이에 가장 먼저 앞장선 곳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ESG를 경영에 반영할수록 제품
               은 유럽(EU)이었다. 탈원전, 탈석탄을 선언한 독일이나 원전에 대한 투자         의 가격은 올라가고 품질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
               를 줄여나간 프랑스, 풍부한 수력발전을 바탕으로 내연기관차를 단계적             어 유기농업으로 생산된 농산물만을 원료로 사용하겠다고 할 경우 제품
               으로 퇴출시키기로 한 노르웨이 등 유럽 제국가들의 탈탄소 정책은 상당            의 가격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유기농산물을 구하기가 어려워 생산량이
               히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었다. 문제는 탈탄소 정책의 핵심인 신재생            대폭 감소하여 소비자가 구입하려고 해도 기업이 공급할 수 없어서 결국
               에너지의 불안정성에 있었다. 영국이 아이리시해에 조성한 대규모 풍력             기업의 실적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전단지가 예년보다 느린 풍속으로 인해 요구되는 발전량을 충족하지              여기까지 상황을 요약해 보자. 인류는 선진국들이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못하면서 영국의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유럽지역의            산업을 일구고 경제를 성장시켰는데 이의 부작용으로 지구의 ‘기후변화’
               풍력발전 역시 비슷한 어려움에 봉착했다. 바다 건너편 미국의 캘리포니            가 초래되었다. 서구 제국은 이를 막기 위해 급격하게 그린 에너지로의
               아도 계속 정전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태양열발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환을 추진하였는데 그린 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은 에너지원으로 사용
               발생한 현상이었다. 특히 태양열발전이 중단되는 야간이 문제였다. 게다            되는 자연의 변화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조절할 수 도 없다는 것이었다.
               가 팬데믹으로 수요는 감소하고, 신재생을 우선 구매한다는 정책 때문에            게다가 기존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발전소를 폐쇄하거나 개보수하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는 더 이상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서 가동이             않음으로써 스스로 백업시스템을 망가뜨렸다. 이로 인해 각국의 전력요
               중단되고 있었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            금은 급격하게 상승하였고 정전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부랴부랴 원전건
               한 백업이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책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을 영국의           설 재개나 석탄발전소의 재가동을 검토해 보지만 단기간 내에 가능하지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의 표현을 빌려 ‘그린 보틀넥’이라고 부르고 있다.           않기 때문에 당분간 전력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기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표            이제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자.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과 같
               적인 사례가 전기차이다. 전기차가 진짜로 친환경적이냐라는 논란은 둘             은 정전 사태를 겪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 에너지 가격의 상승
               째 치고 급격한 전기차로의 전환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들의 급격            에 따른 전력요금의 상승에서는 피할 수 없는데 아직까지 소비자에게 전
               한 가격 상승을 초래하였는데 이러한 광물들은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            가하지 못하고 관련 공기업들이 그 부담을 모두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었기 때문에 국제적인 불안정성을 초래하였다.                          이는 조삼모사와 같은 데 발전 공기업의 부채는 결국 정부가 책임져야
               2022년 1월 유럽지역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러시            하고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걷은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전
               아가 갑작스럽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에너지 분야는 더욱 혼란에              기요금으로 부담할 것이냐 간접적인 세금으로 부담할 것이냐의 차이가
               빠졌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유럽은 당장 러시아로부터 천연가             있을 뿐이라고 하겠다. 한국 역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탄소중립목표
               스 공급을 중단할 수 없는 처지였다. 오히려 러시아의 석유 수출은 전쟁           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권에 관계 없이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전보다 더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뿐만 아니라 다양            폐지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원자력 분야는 ‘안전’이라는 점에서 노후원전
               한 광물은 물론 농산물 수출국으로서 러시아가 자의든 타의든 수출을 하            의 폐쇄 정책이 세워졌다가 정권교체 이후에 방향이 수정되면서 서구 국
               지 못하게 된다면 전 세계 자원의 흐름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고 세계 경           가들보다는 전력공급망 구성이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의 불안정성이 극대화될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의              석탄발전소의 폐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수출은 계속되었고, 러시아로부터 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 파이프라인              점에서 전 세계적인 그린 에너지의 역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볼 수
               을 통한 공급도 끊어지지 않았으며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국가들은 유럽            있다. 한편 기존 석탄발전소나 화석연료산업의 고용유발 효과 대비 신재
               이나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러시아 원유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            생 에너지산업의 고용유발 효과는 매우 낮아서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였고 이 원유들은 다시 유럽 등 서구 국가들로 공급되는 상황이었다.             높아질수록 전력을 소비할 일반 시민들의 고용은 감소하는 아이러니함
               이러한 혼란은 기업경영 분야에서도 초래되고 있었는데 책은 이를 ‘ESG           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제조업이 중심이고 제조업은 안정적이고
               의 역설’이라고 부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          품질 좋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전술하였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전력공급
               임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이는 여러 가지 용어로 변화            측면에서 안정성을 담보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한국에서 신재생 에
               되면서 최근 몇 년간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라는 단어  너지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제조업 측면에서는 불안한 변수가 된다고 봐
               로 통일화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ESG를 기업 규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야 한다. 기저발전을 담당하는 원자력이 유지되고 있고 신규원전 건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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