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수산가족 2024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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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할 수 있는 건

                                                          혼자 하도록 믿고 기다려주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생각보다 부모가 도와주거나 해줘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언제 부모에게서 독립시키냐는 부모 결정이 더 많
                                                          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첫 아이를 낳으면 초보 엄마는 뭐든지 다
                                                          직접 해주려고 합니다. 먹이는 거, 입히는 거, 재우는 거, 씻기는 거 그러다 둘째가
                                                          태어나면 동시에 두 아이를 해줄 수 없기 때문에 둘 중의 한 명은 직접 스스로 하
                                                          는 법을 가르치게 됩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못 미더워 보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적응했고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쉬운 육아가 어디 있겠느냐만은 어떤 부모는 참 쉽게 아이들을 키우는 것
               빵빵한 인터넷,                                   같고, 어떤 부모는 아이들을 어렵게 키우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스
                                                          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부모가 아이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
               최고사양 PC는 아이들을                              문인 것 같았습니다. 사실 엄마가 바쁘니까 아이들에게 뭐든 혼자하는 걸 빠르게
               집에 머물게 한다                                  가르치킨 했지만…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

                                                          다. 처음 가본 곳 대중교통 타고 찾아가기, 집에서 요리해서 밥 챙겨 먹기, 병원에
                                                          혼자 가기 등등…
               하지 말라고 하면 이상하게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
               람 마음이라고 했던가? 도덕적으로 어긋난 것만 아니               사실 육아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뱃속에서 낳은 두 아이도 이렇게
               라면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 하여도 24시간               성향도 다르고 각자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니… 제가 아직도 수산에서 워킹
               감시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었습니다. 한창 공부할 나              맘으로 근무할 수 있던 건 주변 분들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그리고 환경에 잘
               이인데 왜 PC게임만 주구장창 하는지 이해도 안 되고              적응해준 아이들이 알아서 잘 커 준 거 같기도 합니다. 보통 고등학교 자녀를 키
               답답하고 화날 때도 많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만나서                우는 분들이라면 공부방법이나 진로결정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하실 수도 있지
               놀자고 모여도 옆에 앉아서 각자 폰을 보며 같은 공간              만 요즘 사회적으로 정신이 건강하지 않거나 몸이 건강하지 않아서 걱정하는 부
               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만나서 얼굴을 보               모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의 육아 신념은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고 대화하고, 학교 쉬는 시간을 이용해 고무줄놀이하며              공부를 좀 못하더라도 저희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
               뛰어놀았던 저희 어린 시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지               각합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극복해 내는 방
               금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만나도 옆에 있는데 각자 핸              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폰을 들여다보며 놀고, PC방에 가거나 오프라인보
               다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났습니
               다. 집에 있을 때도 게임만 하는 게 불만이긴 했지만, 친
               구들과 만나서 PC방으로 가는 게 싫어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눈앞에 보이는 곳에서 게임하는 게 좋을 것 같
               아 집에 인터넷과 PC를 고사양으로 구입을 해 주었습
               니다. 처음엔 잠도 늦게 자고 게임만 해서 또 엄마의 인
               내심을 테스트했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하지 말라고 뜯어 말
               릴 때보다 게임을 덜 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너무 늦은
               시간까지 잠을 안 자고 게임을 하면 다음날 학교생활
               에 지장을 주니 아이와 타협을 해서 자는 시간만 정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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