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수산가족 2024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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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OOSAN [        ]                   마음처방전                                  52




                                  쓸쓸한 계절이 와도 괜찮아!
                          외로움 극복에 도움이 되는 만화








                                                     외로움의 근원에 대해 질문했다면 그 다음은 아무 생각
                                                     없이 산을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탄탄한 등산화가 아니
                                                     어도 된다. 운동화 끈을 꽉 매고, 천천히 땀 흘리며 산을
                                          마음처방
                                          하나         오르면 된다. 나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 외로운지 생각하
                                                     면서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지고 내 안
                                                     에 있는 욕심도 욕망도 모두 사라진다. 그런데 등산을 모
                                        든 사람에게 추천할 수는 없다. 걷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신체
                                        적인 결함으로 불가능한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럴 때는 게임이나 산책
                                        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산책의 경우도 동일한 위치를 맴돌기 보다는 여러
                                        장소를 넘나드는 코스형 산책이 좋다. 그러면 매번 달라지는 풍경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풍경 덕분에 새로운 사건과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산책도 싫어하는 독자에게는 무엇을 추천해야 할까. 그럴 때는 게임을
                    민와일                 추천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선택한 후, 복잡한 마음을 날려 보내는 것
                (Meanwhile)             이다. 그러면 잠시나마 울적한 마음을 덜어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지면은 ‘만화’

                    제이슨 시가              를 소개하는 자리이니 독자들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만화
                                        로 게임을 어떻게 하냐고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만화는 보고 즐기
                                        는 것일 뿐, 게임을 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집중’은 할 수 있지
                                        만, 특정한 상황에서 작가가 아닌 독자가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
                                        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깨 주는 만화가 있다. 제이슨 시가의 『민와일』은 독
                                        자의 선택에 의해서 3,856가지의 이야기를 탐닉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독자들
                                        은 어떻게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느냐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칸과 칸으
                                        로 이루어져 있는 장르가 만화라는 사실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
                                        저자인 제이슨 시가는 칸과 칸을 ‘파이프’로 연결해 수많은 통로로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가령,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와 ‘싫어한다’를 놓
                                        고, ‘좋아한다’를 선택하면 ‘좋아한다’와 연결된 칸으로 이동하고 그렇지 않다
                                        면 다른 칸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이 텍스트를 통해 즐
                                        거운 게임을 할 수 있다. 외로움을 만화로 달래는 방식 중 하나는 이렇게 직접
                                        게임을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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