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수산가족 2023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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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san culture 도서산책 60
2023년 1분기 우수독후감 선발대회 우수상
글. 수산이앤에스
독후감 시스템연구소 ES기술팀
1 가미오카 다카시의 「상식의 틀을 깨라」를 읽고 최재원 G3(책임)
발뮤다 선풍기 가격 3만 5천 엔! 변화
저렴한 선풍기는 2~3천 엔이면 살 수 있는데, 0이 하나가 더 붙은 셈이다. 기 ‘변화’에 대해 생각하면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도 똑똑한 종도 아니다.
분 좋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바람을 구현해낸 선풍기라고 해서 기 끊임없이 변화하는 종이다’라고 말한 다윈의 말이 떠오른다.
존 선풍기 시장 가격의 10배가 넘는 금액으로 팔면 팔릴까?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강하고 똑똑한 사람이 계속해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발뮤다 창업자 테라오 겐은 2007년 당시 다양한 컴퓨터 주변기기와 조명기구 물론 강인함과 똑똑함이 있다고 손해될 건 없지만,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있
를 판매하고 있었다. 모든 제품의 디자인과 품질에 대해서는 절대적 자신이 있 다. 현명함이나 강인함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 다
었지만, 그만큼 가격이 타사 제품보다 높았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세계적인 만 변화해야 할 때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세상의 흐름이나 규칙이 변하면
규모의 금융위기 ‘리먼 쇼크’가 일어났다. 일본 역시 불경기의 파도가 들이닥쳐 지금껏 해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하니까.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변화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2009년 1월에는 회사가 도산 직전까지 갔다. 그렇게 조짐’을 파악하고 하루라도 빨리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반쯤 도산을 각오하고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패 천천히 변하고 있을 때는 감지하기가 어렵다 보니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지 못
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 중인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데 울화가 치밀었다. 엉뚱 할 수도 있다. 반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라고 조바심을 내다보면 변하지
한 곳에 분풀이하던 테라오 겐은 문득 ‘이런 불경기에도 패밀리 레스토랑은 어 않아도 되는 상황에 변화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테라오 겐은 ‘변화
째서 성황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불경기여도 일본 내 소비활동은 이어지고 해야 할 때’를 판단하는 기준이 하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있다. 왜 우리 회사 제품은 팔리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찾은 답은 ‘사람들이 그것은 ‘실패’했을 때.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 변화를
얼마나 필요성을 느끼는가’라는 것이다. 발뮤다가 판매하던 컴퓨터 주변기기 줄 필요가 있는데, 실패했을 때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검토해서 ‘여기서 큰
나 조명기구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불경기 상황에서는 살 정도 변화를 줄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변화를 위해
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한 것이다. 반면에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족끼리 단란 서는 실패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지나치게 안전을 추구하며 살아
한 시간을 보내는 의미 있는 장소로서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필요 가다 보면 변화의 기회를 놓치고 시대의 흐름에서 뒤처지고 만다는 것이다.
로 하는 것을 만들면 된다’ 그는 도산 직전에서야 깨달음을 얻었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은 있다. 문제는 그것을 누가 사용하는가다. 가능성을 발 보편적인 기쁨
휘한다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테라오 겐의 말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하지 발뮤다 제품이 엄청나게 혁신적이거나 대단한 기술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만 아직 막연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터. 어째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버리 발뮤다는 평범한 제품과는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지며 고객들은 구매한다. 그
는 걸까? 거기에는 가능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벽’이 있다.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벽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상식” 때문이다. 테라오 겐은 인간이 기뻐하는 ‘보편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분석한다
‘보통은 이렇지’라며 본인이 가진 상식선을 넘는다면 쉽게 포기해버리고 만다. 고 한다. 세상에는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가 많이 나와 있긴 하지만, 인
일단 작은 ‘불가능’에 도전해본다. ‘이건 어렵다’, ‘불가능하다’라고 안이하게 생 간에게는 대중적인 성향도 많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인기를
각하지 말고 ‘어째서?’라고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 끄는 대중성이라는 것 말이다. 정말 맛있는 요리는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맛있다고 느낀다. 공통의 미각이 있기 때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는 토스트 문이죠. 그렇게 ‘인간이 기뻐하는 보편적인 요소’를 꿰뚫어 보고 만든 제품은
발뮤다에서 유명한 제품 중에 발뮤다 더 토스트(BALMUDA The Toaster)라는 반드시 세상에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한다.
제품이 있다. 이 제품을 개발할 때, 먼저 머릿속에 이미지를 구상했다고 한다. 현재는 ‘불편을 해소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이 나와 있고 나온다. 냉장고
개발하는 동안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이미지는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고 너 나 세탁기가 처음 일반 가정에 들어왔을 때 불편을 해소해주니 얼마나 기뻤을
무 맛있는 나머지 우와! 하고 놀라는 고객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까. 하지만 소비자는 이미 그런 제품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러니까 인간이 느
‘꼭 되어야 할 모습’을 하나의 형태로 단순화해 두지 않으면 개발 도중에 판단 끼는 ‘기쁨’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토스터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수없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보다 책을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책의 구성 방식이 인터
시식하면서도, ‘토스트를 먹고, 우와! 하고 놀랐는가’를 우선순위에 두고 판단 뷰 방식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제일
했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건 역시나 마지막에 쓴 인간이 느끼는 ‘기쁨’에 주목하라는 것이었
‘다른 것보다는 맛있네’가 아니라 ‘이건 완전히 달라!’라는 놀라움이 없으면 제 다. 요즘 너무 많은 기능이 들어가서 가전제품을 쓸 때 편하기도 하지만 공부
품을 출시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놀라움을 준 시작품이 만들어졌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AI가 보편적으로 생활 내 들어오기 직전의 과도기
을 때 틀림없이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 일 수도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테라오 겐이 말하는 인간이 기뻐하는 보편
리고 있던 이미지가 눈앞에서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적인 요소를 꿰뚫는 것 또한 정말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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